나의하루
이불을 꿰매며
ssunee
2007. 1. 7. 12:03
한차례 이불 커버를 바꾸는 날이다.
우리것,애들것2개 하다보면 이깟일도 벅차다.
새것으로 뽀송뽀송한 이불을 매만지노라면 엄마생각이 나면서 혼자 행복하다.
옛날, 끔찍히도 추웠던 그때가 떠오른다.두꺼운 솜이불의 목깃이 까맣고 실밥은 뜯어져 홑청이 나풀거리도록 덮다가 날씨가 좀 풀린 봄날에야 어머니께서 새로 홑청을 빤다. 봄이라지만 아직도 춥고 빨래의 복잡함이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고된 일이다.
이불을 꿰매는 날, 어린 내맘은 너무나 행복한 날이었다.풀먹여 빳빳하고 새하얀 이불위에서 장난치다가 엄마의 꾸지람을 들었지만 싫지 않은 꾸지람이었다. 엄마의 따뜻한 정이 이불에서 묻어난다.
이 이불에서 우리 애들도 내 어릴때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 어머니는 일을 무척 빨리하신다. 대충대충.손은 무척 빠르시며 어마어마한 일량을 해내신다.
지금 내 일 모양새를 보면 옛날 내가 바라보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대충대충하고 이일 저일 막무가내로 하는것. 조금 더 어렸을 때는 그런 나와 엄마가 싫고 다른 삶을 추구했었지. 허나 마흔 하고도 오년을 더보태 살아보니 어머니의 듬성듬성한 솜씨에서 다양하고 열정적인 인생의 깊은 매력을 느낀다.
이좋은 세상에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고생만 지독히 하시다가 가신 우리 엄마.
어머니가 나에게 물려주신 재능에 감사드리며 엄마의 모두를 존경합니다.
이불을 빠는 날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