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병
그림을 그려서 올려야 하는데 자꾸 딴짓만 하고 있다.
'이번 일만 끝내놓고 그림에 몰두해야지'를 다짐하지만 자꾸 딴짓만 한다.
마치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어찌나 딴 짓을 하는지 놀라운 여자아이처럼 말이다.
단 한번도 공부시간에 교과서만 올려놓고 수업하는 걸 못 보았다.
늘 딴짓거리가 책상위에 올려 놓여져 있다. 스티커 붙이기,종이에 테이프 붙이기,스테플러로 종이가득 찍기등등 다양하게도 논다.
연구대상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놀이의 무궁무진함과 창의성에 속으론 무척 놀랍고 신기스럽기하다.
어느날 책상위의 딴짓 하는게 눈에 띠길래 교실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수업을 했더니 그리고 곁눈으로 힐끈보니 책에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앞으로도 그아이는 공부시간에 선생님 말씀보단 손으로 뭔가를 하는것에 집중할 거리는 걸 안다.신기한 아이야.
나도 그짝이지(그러나 그아이는 나보다 훨 고수.)
미술 샘이 보면 지금 나도 똑같을 걸 아마도.
올해 들어 정신없이 바쁜 학교생활로 '힘들어서 그림은 살살해야지' 라고 핑계대지만, 주말마다 난 자동차 네바퀴에 몸을 싣고 양수리 서종면 일대를 쏘다니다 온다.
춘천고속도로가 생겨서 경기 동북부와 강원북부쪽 가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교각은 떨어져서 보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흉물스럽지만 먼데 가기는 엄청난 편리성을 준다는 것,이것이 아이러니여.
역시 봄날은 누구나 좋아하는가벼 ,1800원대의 고유가에도 차들은 다 거리로 나와 어딘가로 열심히 기름을 길에다 쏟아 부으며 달려가고 있다.
경춘고속도로도 덕소IC를 지나더니 서종까지 느리게 느리게 기어갔다.
간신히 서종IC를 나와서 지난주엔 우회전해서 산속으로 난 길을 따라 갔더니 수입리라는 이쁜 시골 마을(아니 전원마을)이 끝없이 끝없이 이어져 다른 면소재지로 통해진다.
요번엔 좌회전해서 가다가 무작정 핸들 꺽고 산속으로 들어갔더니 문호리라는 마을이 나타났다. 산속으로 난 길로 무작정 들어가기만 하면 어딘가 길이 이어져 깊숙히 깊숙히 마을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골짜기마다 많은 집들이 (전원주택) 자리잡고 있었다.
과연 양평이 전원 주택지라는 말이 실감났다. 이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집을 짓고 있는 동안에 난 뭐했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풀뽑는 할머니 말씀이 원래 옛집은 몇 안됐었는데 새로 지은 집들이 많이 생겼단다.
할머니가 풀을 뽑고 있는 밭을 들여다보니 고사리 밭이었다.작년 고사리대속으로 고사리 새싹들이 쏙속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할머니 말씀은 요거 키워서 용돈 벌이하신다는데 나와보면 고사리를 누가 뜯어간다 하신다. 나같은 나물뜯는 아줌마,아저씨(요즘은 아저씨들도 나물을 잘 뜯는걸 여러번 보았음.)들이 고사리를 꺽어갔다고 속상헤 하시는 걸 듣고 마치 내가 뜯어간 것 처럼 미안스러워서 할머니 밭에 앉아 '풀 좀 뽑아드릴게요'라고 말씀드리곤 금ㅈ방 실증나서 얌체같이 조금 뽑아드리고 해도 앞산 넘어가버려 집으로 왔다.
다녀오곤 몸이 무거워 담엔 가지말자를 반복하지만 햇살만 나면 어김없이 언니를 꼬드겨서 들로 쏘다니며 나물을 뜯어온다. 애쑥국 한번에 쏙새나물 세번.
올핸 유난히 쏙새(여주에선 씀바귀를 속새라고 했음)가 많이 보였다.
쭈구리고 앉아 열심히 다듬어서 살짝 데쳐 24시간 정도 물에 우리면 쓴맛이 쏙 빠지고 약간 쌉싸름한것이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한종지 만들어 나혼자(남편은 출장중) 밥한끼 싹 해결.
하느님이 지어내신 일용할 양식을 받아먹는 감사함을 가슴 깊이 느끼며 맛나게 입으로 쏙 넣어버린다.
긴긴 겨울(올핸 내겐 유난히 겨울이 길게 느껴진다)끝에 오는 따사로움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언제까지 햇빛쬐기가 이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선생님,이것도 느끼는 그림 공부중이랍니다.'라고 나좋을 대로 생각하면서 나는 나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여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