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하루

'새지식 농업인'도 맞다

ssunee 2010. 10. 23. 11:35

우리반 ㅇㅇㅇ.

공부 머리가 어찌나 안 돌아가는지 머리속을 열어보고 싶다.

이정도면 일종의 장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열심히 손은 드는데 영 딴말,질문하면 전혀 관계없는 질문.

한번은 사회 시험 문제에 '신지식 농업인' 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 문제를 사전에 공부 시키는데 10여명이 도저히 모를 것 같아 집중암기를 시키며

ㅇㅇㅇ에게 '네가 신 씨이니까 네 아들을 나으면 '신지식 '이라고 해라'하고 암기시켰는데,

드뎌 시험날, 모든 아이들이 이 답을 썻는데 이녀석 '새지식'이라고 썼다.

어라 돌머리,그런데 가만 보니 새지식도 맞는 말.

얘는 여러가지를 아는 놈이다. 신자가 새롭다는 뜻을 아는 놈일세.

그러나 전문용어라 오답처리해야 했다.

수학 소수의 나눗셈에서 소수자릿수만큼 점을 찍으라니까 소수 둘째자리는 점 두개를 찍는 놈.등등 이루 말하 수 없는 멍청한 놈이다.

그런데 난 이아이가 아주 창의적인 아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헷갈리게도.

수학시간에 이해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아이들에게 전체 설명해주면 그 다음은 각자 푸는 게 대부분 가능한데,

 그것이 안되는 몇명의 아이들중에서도 옆에서 지켜봐야 문제를 아주 느리게 풀어가는 녀석들 중에 제일 심각한 수준의 녀석이다.

 지난 시간 배운 건 집에다 내려 놓고 오는지 머릿속을 아주 깨끗이 비우고 온다.

오늘 새로운게 알아지면 어제 배운것 위에 쌓아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 아이는 어제 배운 것을 비워내야 오늘것을 들어 앉힐 수 있는 것 같다.

아이고~~.

공부는  못해도 참 즐겁게 학교에 온다.난 공부 못한다고 온갖 구박을 하는데 잘 견디며 다니는게 신통방통이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이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 오기 싫어할텐데.

나는 공부 못하고 안하며 장난만 치는 아이들을 열심히 야단치고 무시하곤 한다.내 역할이 공부시키는 거니까.

이 아이들에게 학교란 뭐지? 

 공부 잘하고 온순한 아이들이 있고 자유분방하고 규율이 잘 따라지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후자에 해당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뭘 해줘야 할까? 

요즘 내 책상위엔 심심찮게 먹을게 올라온다. 새지식이 가져다주는 맛난 것들로,

나보다 더 이쁜 마음을 갖고 있는 창의적인 '새지식'. '새지식'의 이쁜 마음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