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봄을 느끼려고 토요화실도 미리 다녀왔는데 내몸과 날씨가 신나지 않는다.
온통 꾸리꾸리 (아니 꾸리꾸리 정도가 아니라 우울)뉴스다. 김연아의 우울한 스케이트타기,'천안함'의 침몰,날씨,내몸 상태.....
어제 밤은 더욱 악몽스러웠다. 한참 자는데 컴퓨터 끼고 사는 큰아들이 비상선포를 했다느니 전쟁이 난다느니 야단이 나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쌀과 라면이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려 보고 뉴스를 보고 어쩌구 저쩌구 했다.
한참 뉴스를 보다보니 전쟁까지는 안가겠다 싶어 다시 잠들었다. 아침이 되니 괜히 북한만 들먹인 뉴스였었다는 생각이 들어 북쪽에 개인적으로 조금 미안했다.
남편은 이런 뉴스나 듣기는 들었을라나?
뭔가 협상차 델리에 3일 정도 출장을 갔다왔는데 일을 잘 매듭짓지 못했다고 힘들어 하면서 통화를 간단히 했다.
이도 저도 모두 심든 가보다 생각하며 나도 힘들다고 엄살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강이 든다.
처음에 인도로 갔을 때는 우리 두 부부 철딱서니 없게 매일 신나게 전화했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남편의 얼굴이 굳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기도해야 들어주실라나..?
오늘도 급히 시내에 나간다고 짧게 전화하고 갔는데 일 잘 마무리 하고 와야 할텐데...
힘든 시간들을 가져보았기에 그도 나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들이 너무 귀하고 감사한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
내 몸상태도 말이 아니다.날씨도.베란다에 햇빛이 살짝 들어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다를 반복하더니 이제 아예 그러지도 않는다.
젊은이들의 끔찍한 죽움을 햇님도 알아차리고 차마 얼굴을 못내미는가 보다.
내 아들과 같은 나이의 청년들이라니, 그냥 미안하다.
그들이 죽고 내가 사는것이.
4.24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우리는 왜 이 한심한 짓거리에 놀아나야하는가?
하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한심하고 이상한 짓거리들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내가 초등에 몸담고 있으니 아이들과 어른들을 자꾸만 비교하는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 어디 있는가?
선거 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오히려 초등학교 아이들 선거가 훨씬 이상적이고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것과 내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말들은 지금의 어른들이 만든 세상과는 왜 일치하지 않는가?
세상은 앞으로 어찌 되어갈 판잉가?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어린이들이여 모두 피터팬이 됩시다!
지금 교사는 교사가 아니라 교육행정가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바꿀까? 나의 직업은 교육행정가입니다라고.
글구 지금 교육사회가 매우 혹독한 시절을 겪고 있는데 나름 생각해본다.
그나마 가장 적게 흙탕물 된곳이 교육현장이란 생각.
난 지금까지 열심히 재주를 부려온 죄밖에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원죄를 저지른 죄 밖에 없다고 세상에 외칠 수 있다.
학교가 아이들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왜 온통 교사가 죄인이고 교사탓이어야 하는지 모르겄다.
난 모르는거 투성이인 교사다.
그래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면 애들은 이쁘다.
5학년인데 '난 나눗셈을 못해요' 라고 당당히 말하는 ㅇㅇㅇ.
계발활동시간에 혼자서 그 큰 운동장을 독차지하며 당당히 축구놀이하다가 나한테 들켰다.'아참 특활이지'하며 유유히 교실로 들어간다.
기가막혀,그러나 웃음.
야단을 맞아도 싱글싱글한 ㅁㅁㅁ .
맡은 일을 철저히 못해서 4명의 교체 끝에 바뀐 5번째의 우유당번, 완벽히 함에 나의 인사에 흐믓해하며 ㅁㅁㅁ을 다시 보고 있는 중이다.
공부는 도저히 개별지도 말고는 학급 수업에서는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그러나 공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매우 자신 있게 당당히 실력을 뽑내며 살 수 있는 아이들을 난 지금 너무 불행하게 하고 있다.
부진탈출 프로젝트!
다른 처방을 내려야할텐데. 오잉,그런데 겁난다. 요즘은 새로운 일을 하나 제안하면 금방 실적을 내야할 게획서 시행방침이 내려진다. 일 하나 추가요~.
그래서 늘어나는 업무량에 오죽하면 우리는 애들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서류 일 하러 학교 온다고 말한다.
사회는 그들이 공부 말고 다른 것으로도 잘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지.
난 걔들을 어떻게든 나눗셈을 알게 해야하고 성적을 끌어 올려야 해서 매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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