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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다.

나의하루

by ssunee 2010. 5.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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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짐정리도 어느정도 끝나고 피로감도 많이 없어졌기에 물오른 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어제 늦도록 세계의 명화 레인맨을 보았다.

푹 자려고 했으나 나이탓인지 일찍 깨어나  눈을 붙이다 붙이다 포기하고 8시가 되어 서둘러 좋아하는 밥술을 뜨고 남한 산성으로 향했다.

아, 벌써 초여름이구나. 온통 내가 좋아하는 연초록세상이다.

최근에는 산 언저리를 돌아돌아 걷는 야트막한 코스로 다녔었는데 오랜만에 일장천쪽으로 향했다.

일장천은 거의 정상의 절반 코스이다.꾀보인 내게 딱 맞는 코스이다.

벌써 나이들어 오는 여러 증상들로 등산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곤한다.

특히 내려올때를 대비해서 물도 조금 먹어야 하고,내려올 땐 왼쪽 무릎이 아프기에 산에 오르는 일이 조금은 두려워진다.

초입에 오르막에서 땀 한번 쫙 흘리고 나면 그 다음부턴 트래킹코스이다.

일장천을 지나 다시한번 2번재 난코스인  내느낌으로는 70도 경사 쯤 됨직한 오르막코스가 있다.

남편은 꼭 여기를 오르고 땀을 확실히 빼주고 내려오면 난 밑에서 놀며 걸으며 남편을 기다리던 코스였다.

그길을 오늘은 나 혼자 산을 오른다.

 파릇파릇한 새잎들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나도 한그루의 나무처럼 산속에 있는 자연물이 된 느낌이다.

새로 잎을 낸 저나무들처럼.

산을 오르다보니 잎을 내지 못하고 검게 죽어버린 나무들도 많이 보였다.

그들의 죽음이 조금 궁금하지만 답을 얻지 못한다.

쉬엄 쉬엄 오르며 나무 하나를 부둥켜 앉고 쓰다듬고 있노라니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프지 말고 잘 자라거라 모든 생명들아'라고 속삭여 주노라니 어이없게도 내 눈에 눈물이 돋는다.

아픈 가족이 떠오르며 서러운 내인생에 감정이  또 복받친다.

걸으면서 보니 벌레가 길바닥에 많이 밟혀 죽어있다.

저것도 살려고 나왔는데 저렇게 죽는구나.

잠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기에 앉아 있노라니 도랑처럼 작은 물들이 내는 물소리가 점점 예사롭지않게  들려온다.

색다른 평화로움을 느껴본다.

 

내 가방속엔 사과 한개 들어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먹으려고 챙겨넣은 것이다.

땀흘리고 나서 편히 앉아 먹을 일을 생각하면  난 너무 행복해진다.

드뎌 가방속에 사과를 비워내고 산위에서 부는바람에 땀을 식힌다.

 왼쪽 무릎의 살짝살짝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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