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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를 못봐요

나의하루

by ssunee 2012. 9. 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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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풀이 했다.

겨울에 해 잘드는 남향집에 이사를 왔다.

금상첨화로 앞이 확트여 발아래는 공원 나무가 쪽 있어 초록마당이 펼쳐지고 멀리 서울의 동남권 일대가 쫘악 보인다.

가락시장을 비롯해 동쪽 끝으로 남한산성, 서쪽 끝으로는 부의 상징이라는 타워팰리스를 넘어서 우면산꼭대기까지 어렴픗이 보인다.

날 좋으면 저녁에 붉은 기운이 집안을 휘감아 뒤쪽 창문을 열고 고개를 삐죽이 내밀면 서쪽하늘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거야!

거실앞으로 8층 높이 까지 올라온 소나무가 한그루 서있었는데 까치집이 들어있었다.

이번 태풍볼라벤이 왔을 때 휘청휘청하여 불안불안 4시무렵에 가치집을 이고 있던 가장 큰 소나무가 벌러덩 쓰러졌다.

애고애고.

봄부터 까치가 들락거리고 드뎌  애기까치 2마리가 집에서 나와 나무 끝에 앉아 있는 모습부터 첫 외출,  바깥출입을 하는 것까지 보는 재미가 쏠솔했는데 .....

다행히 애기 까치들은 다 자라서 둥지를 떠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소나무는 누워있다.

왜 저 소나무를 방치하는지 관리소 직원이 밉다.

요즘에 가끔 까치 두마리가 쓰러져 있는 소나무의 까치집 가까이서 깍깍 울어대곤 한다. 뭔가 자기들의 집과 관련있는 울음처럼 보인다.

아,불쌍한데 까치를 못 도와준다.

가을문턱의 오늘 날씨가 좋다.하늘도 멋지다.정세진 아나운서의 기교없이 담백한 음성이 좋다.

음악도 좋다.

정선 옥산장에서 사온 감자떡을 먹으며  햇빛 쪼이는 지금 행복해.

까치는 어찌하고 있을까?

 

사실 난 지금 지쳐있다.

요즘 학교가 즐겁지가 않다.

아이 낳고 휴직하고 나서 복직 한 뒤에 누가 뭐래도 학교를 가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었다.

그런데 이 학교에 온 뒤부터 학교 가기가 점점 싫어지고 있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학교 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마다 즐거운 출근 길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건만 도무지 즐겁지가 않다.

몇일 전엔 우리반 전입생형과 내가 싸우는 일까지 있고 나니 더욱 힘이 든다.

내가 폭력교사라나,지 동생을 구박하고 때렸다나,

지들 하는 꼬라지는 생각도 안하고 다른 사람 한테는 무한 애정을 받으려 하는 요즘 학부형과 애놈들이 다 싫어진다.

그래서 요즘 언론에서 주장하는 인권이 난 싫다.

인권을 어디까지 허용해줘야 하는 건지 참...

교사의 인권은 뭐야.

난 감정도 없는 기계인간처럼 살아야 해.감정표현을 하다보면 좋은것 나쁜것 같이 나타나거든.

그래서 아예 감정을 싹 빼버리고 무감정 상태로 아이들을 상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한 친절,무한 허용...아, 싫다싫어,

이런게 진보가 원하는 세상이라면 보수하고 싶다, 그럼 지금까지 난 진보였었나? 진보도 보수도 아닌 사람은 안되는 건가,

다들 자기 권리 찾기 위해 아우성인 세상이다.나도 내 권리 위해 소리치고 싶다. 당하고 살자니 속이 터진다.

힐링이 필요하다 힐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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