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여일하다.
태풍에 쓰러졌던 8층 높이의 소나무가 두달여 만에 다시 심어졌다.
쓰러진 나무에는 까치집이 들어있었다. 어느날 까치 두마리가 쓰러진 나무에 있는 제집을 향해 슬픔의 곡이라도 하듯 한참을 울어댔다.
그리고 나서 한 동안 까치는 제집은 잊고 관심이 없는 듯 주변 나무들 꼭대기에 잠깐 들러 무심히 쉬었다가 가곤 했다.
소나무가 다시 세워지고, 어느날 까치 두마리가 그 소나무에 날아와 앉아 무심히 있다가 날아갔다.
몇일 뒤 다시 두마리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집을 살피더니 둥지를 뺑 둘러가며 살피고는 부리로 나뭇가지들을 건드려본다.
엊그제, 두마리 까치,다시 와서는 한마리가 구멍을 찾아내고는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날아가 버렸다.
까치들이 제집을 어쩌려나,몹시 궁금했다.
오늘 아침 7시쯤 어둠이 서서히 걷힐 무렵 창밖을 내다 보고 습관적으로 까치를 찾는다.
그 순간 까치 두마리가 잠을 자고 일어나듯 구멍에서 쏘옥 빠져 나오는게 아닌가!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고 순간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이제 제집을 완전히 찾아온 듯 해서 말이다. 까치 밥이라도 줄까,
포기하지 않고 제집을 찾아온 까치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내친구 까치야, 애썼다. 그동안 어디서 잠을 잤을꼬......날씨는 추워지는데 집을 다시 찾아서 너무 다행이다.
11.22
아침에 일어나 7시쯤 창밖을 내다 본다.까치가 또 나오려나, 어제는 이시간에 까치 두마리가 쏘옥 나왔는데...
코앞에서 커피를 내리며 기다려도 까치는 두문 불출,묵묵부답.
내가 까치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구나
까치는 7시에 일어날거야. 내가 보고 있으면 까치도 나올거야, 걔네들 아침 기상시간은 7시라고 단정해버리고 마치 까치를 사람처럼 생각했다.오늘은 까치를 못보고 출근했다.
나는 많은걸 내 위주로 생각하는구나.
12.5
첫눈이다.
끔찍이도 더운 여름을 지나고 추운 겨울이 왔다. 차라리 더운게 낫다고 몸부림친다.
오늘 드디어 세상이 하얗다.
4교시 부터 한개 두개 내리던 눈가루가 점심시간이 되니 제법 내린다.
아이들은 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는 모두 밖으로 달려 나간다.
5교시까지 내리 놀아라하니 신이 났다.
잠시 뒤에 여학생 둘이 울고 들어온다. 장난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ㅇㅇ이가 눈을 마구 던졌단다.
또 중재를 해야한다.그럴 수도 있지만 심각한 척을 하고 타이른다.
이제 아이들은 눈을 흠뻑 맞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모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운동장은 고요히 흰세상이 된다.
소리없이 눈은 계속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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