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이 친구 미영이
미영이가 1주일째 학교에 오지 않는다.
엄마 없이 아빠와 동생과 살던 아이다.
오늘은 미영이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집을 안다는 한울이를 앞장 세웠다.
학교를 벗어나 동네를 들어갔다. 이 동네를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3년 동안 큰길로만 출퇴근 하고 학교 속에서 지내다 또 퇴근하고 그렇게 지냈다. 오늘 처음 이 동네를 들어가니 별 세상이다.
아이들의 집 살림살이가 어려운 줄은 알지만 와보니 마음이 더욱 어지럽고 심란하다.
이렇게 힘든 생활속에서도 밝게 표정 짓고 학교 생활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은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도 많고 신기한 볼거리들도 많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공부하러 학교로 와주는 아이들이 고맙기까지 한 생각이 든다.
육교를 건너고 굴속을 지나고 또 한참을 주택 속으로 들어간다. 한울이에게 보채듯이 '아직 멀었니?'를 연거푸 물어가며 갔다.
참 멀기도 하다.
한울이는 '조금만 가면 돼요'만 대답하면서 계속 걷는다. 마치 엄마가 걷기 싫어하는 아이를 뒤로하고 앞서가듯이 걸으면서 말이다.
동네 모습도 허름하다. 오랫동안 아파트동네 살다 보니 이런 모습이 내겐 새롭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한울이는 앞장서서 씩씩하게 잘도 가며 나를 인도한다. ‘조금만 가면 돼요’를 되풀이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웬걸 한참 가다보니 저 밑에서 육교로 건넜던 그 큰 길을 다시 되 건너는 게 아닌가? 이제서야 한울이가 3학년 어린아이라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골목을 한참 지나 도착하니 여기가 어딘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500미터밖에 안되는 거리였다.
학교서부터 5분이면 닿을 곳을 빙 돌아 40분 만에 왔다. 직선 길을 한울이는 미로찾기모양으로 멀리멀리 돌아 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한울이의 방식은 제 집을 꼭 거쳐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린 한울이가 미영이집을 항상 제집에서 가보았기 때문이다.
'나 바본가?'라는 생각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드디어 미영이집을 찾았다. 똑똑한 한울이.
골목을 접어드니 현관문이 바로 골목길에 붙어있는 단칸방. 집은 비어 있었다.
주인아저씨와 몇 마디 주고받고 동사무소를 들렀다. 복지과에서 미영이를 시설로 보내는 일을 주선해 주었단다. 아버지가 멀리 배를 타야한다는 이유로 부탁을 해왔단다.
아이들은 잘 있고 조만간 그들이 정착할 시설이 정해지면 연락해준단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몇 년 동안 아빠, 동생과 살았단다. 진짜이유는 아버지가 아이들 돌보기가 버거워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는가 싶다.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도 짐작은 가지만 자식을 두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모정이 있었다면 새끼들을 떼 놓고 갈 수는 없었을 텐데.......
작년에 우리 반에 모자가정아이가 폭력 아버지를 피해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엄마가 갑자기 훌륭해 보인다.
그런 엄마도 있는데 미영이 엄마는 왜 아이들을 버리고 간 것일까?
내가 남의 일이라 쉽게 생각 하는 것일까?
사정이야 있겠지만 자식을 버리고 간 그 모정이 원망스럽다.
옷차림도 단정하고 성격도 밝아 결손가정이긴 하나 이렇게까지 어려운 아이인 줄 몰랐다. 미영이는 모든 고통을 그대로 제 가슴속으로 흡수해서 품고 사는 아이였다.
반면 동생은 상처를 많이 받아서인지 성격이 거칠고 난폭했다고 주변에서 말한다. 동생의 화를 미영이가 다 받아줬단다.
특별히 문제를 만들지도 않았고 보채지도 않아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였다.
담임으로서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줬으니.......
어린것이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살펴주고 챙겨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제자가 어려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없고 찾으려도 않고정신 없이 살아가는 나의 무능함이 속상하다.
자식을 버린 엄마 아빠나 나나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 부모에게 어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미영이 일로 마음이 우울한 한편, ‘미영이 찾아 삼만리’한 한울이와 함께한 짧은 여행길에 미소가 절로 나는 하루였다.
혼자서 속으로 두고두고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3학년.
그날 밤 나는 다리고통을 느끼며 잠들면서도 혼자 배시시 웃었다.
이튿날 미영이 사물함에 미처 가져가지 못한 미영이 물건들이 마치 미영인양 내 눈에 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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